그리스도인과 세상 권세 (로마서 13장 1-7절)
  • 염보연
  • 2025.05.20 15:35:14
  • 조회 수: 10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다스리는 자들은 선한 일에 대하여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대하여 되나니 네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느냐 선을 행하라 그리하면 그에게 칭찬을 받으리라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 그러므로 복종하지 아니할 수 없으니 진노 때문에 할 것이 아니라 양심을 따라 할 것이라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도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 _롬13:1-7

 

유월절 절기의 시작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어떻게 다루시는지를 보여주는 구속의 시간표이다.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로 이어지는 봄 절기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이 담겨 있고, 나팔절, 대속죄일, 장막절로 이어지는 가을 절기에는 예수님의 재림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 담겨 있다. 이런 절기의 흐름 속에 우리는 부르심을 입은 존재이며, 구원받은 백성은 절기와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절기를 지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원의 은혜를 입은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서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감정적 체험이나 종교적 위로만으로는 세상을 살아낼 수 없다. 복음은 허상이 아니라 현실이며, 신앙은 감정이 아니라 실제적인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로마서 13장에서 그리스도인이 이 땅의 권세와 사회 체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설명한다. 당시 로마 정부는 악명 높았고, 권력은 타락했으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대한 환멸로 인해 염세주의나 반사회적 태도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그런 태도를 경계하며,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질서를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나님은 이 세상이 법과 질서 안에서 바르게 다스려지기를 원하신다. 세상 권세가 부패해 있다고 해서 그 질서 전체를 거부하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 된다. 모든 권세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허락 아래 있으며, 하나님은 그 위에 계신 분이다. 따라서 권세 자체를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고 대적하는 것은 성경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라는 뜻도 아니다. 하나님은 절대 세상 권력과 타협하지 않으신다. 중요한 것은 성도가 세상과 불의에 동화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께서 명하신 통치의 질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상의 모든 법과 제도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 가는 것이 교회의 책임이다.

 

신앙은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현실을 응시하게 만들고, 불의에 대한 분별력과 공의를 행할 용기를 갖게 한다. 진정한 성령 충만은 세상과의 분리나 초월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무관심은 신앙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성도는 더욱 분별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조차,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이 땅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하나님은 가능성을 따라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자신의 주권에 따라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세상의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도 이루어지기를 담대히 선포하며 기도해야 한다.

 

로마서 13장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권세에 대해 맹종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님께서 통치의 근원이심을 인정하는 가운데, 믿음의 눈으로 세상의 불의를 분별하고,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싸워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복음을 현실로 살아내는 참된 신앙이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결코 패배주의자가 아니다. 지금 이 나라가 겪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은 분명히 일하고 계신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말씀에 붙들려 깨어 일어나는 진실한 예배자들이다. 구름 기둥 울타리 안에 거하는 자들이 가나안의 일곱 족속을 무너뜨렸듯이, 지금도 하나님은 깨어 있는 교회를 통해 시대를 변화시키실 것이다.

 

 

이 게시물을